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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처음처럼
    2023 금주일기 2023. 1. 4. 22:55

    살면서 가장 많이 마신 술을 꼽으라면 한국의 희석식 소주, 그 중에서도 참이슬일 거다. 소주의 도수가 점차 내려가면서 ‘참이슬 빨간 거 주세요’가 입에 붙어버렸거든. 하지만 주변엔 맛이 다르다며 꼭 처음처럼을 고집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날의 분위기마다, 혹은 병 온도나 잔 온도, 같이 먹는 안주에 따라 다르게 느껴질 땐 있었지만, 나에겐 희석식 소주의 맛은 거기서 거기. 오로지 알콜 도수로만 의미가 있었다.

    오늘은 회사 동료들과 작년 퇴사한 직원이 만나 함께 저녁을 먹었다. 퇴사 직원이 이직한 곳에서 월급 받았다며 한 턱을 냈는데, 자연스레 2차는 술집으로. 소맥을 말아먹는 사람들 사이에서 나는 소주잔에 물을 채워 홀짝홀짝 마셨다.
    ‘목 마를 땐 물을 마셔라.‘
    누군가에겐 당연한 말이지만 알콜중독자에겐 아니다. 물을 많이 마시니까 술이 덜 마시고 싶었다. 이렇게 세상의 진리를 하나씩 익히는 마흔이다.

    술이게 물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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