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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쩌면
    2023 금주일기 2023. 3. 31. 13:14

    가끔은 내 삶이 누덕누덕 기워진 낡은 이불같다는 생각을 한다. 일관성도 방향도 없이, 그저 눈앞에 무언가를 보이는 대로, 닥치는 대로 기워온 것 같은. 요즘 바쁘단 핑계로 집 청소를 못하고 있어 더더욱 그런 생각이 드는 것 같다. 어느 하나 같은 모양없이 때때로 필요에 의해 산 물건들이 어울리지 않은 채 같은 공간에 널부러져 있는 모습을 계속 봐야 하니까. 

    바쁘지만 술을 마시지 않고 잘 지낸다. 어쩌다 한 번 마시는 날에도 술이 술을 마시는 일까진 일어나지 않는다. 적당히 마시고 가볍게 취하고 즐겁게 떠들다가 숙취없이 맞이하는 아침이 이제 낯설지 않다. 반작용으로 운동을 너무 해서 몸에 무리가 왔다. 무릎에 슬개건염, 발목에 아킬레스건염이 생겼다. 당분간 운동하지 말라는데, 요즘의 즐거움은 풋살 뿐이기에 조금 고민 중. (병원간 덕분에 늘 아프던 발의 고질적 문제가 부주상골 증후군이라는 사실을 알게됨. 그 전엔 왜 안 알려줬냐...?)

     

    어제는 영업 뛰는 술자리에서 온갖 영혼을 끌어모아 이야기를 하면서 나는 누군가 여긴 어딘가를 계속 떠올렸다. 재미없는 이야기에 하하깔깔 신나게 웃어제끼고, 웃기려고 온갖 노력을 하고... 그래서 더 내 삶이 누더기란 생각이 들었나보다. 역시 술탓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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