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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2023 금주일기 2023. 1. 7. 23:12
어제 술도 안 마셨는데 늦잠을 잤다. 12시에 풋살 수업이 있는데, 11시 넘어 일어남. 하지만 부랴부랴 부지런히 나간 덕에 재밌게 잘 뛰고 첫 골도 넣었다. 술 없는 내게 요즘 최고의 즐거움은 풋살인듯. 돌아오는 길에는 헬스장에 들러 뜨신 물에 샤워를 하고 칼국수를 사먹었다. 몸이 뜨끈해지니까 맥주 생각이 나서, '술생각' 적금에 5천원을 넣었다. 저녁은 피자와 칭따오 논알콜. 12캔+12캔의 원쁠딜을 구매했는데 24캔+24캔이 와서 며칠 신났었다. 오늘 회수한다고 문자왔더라. 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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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펠레그리노2023 금주일기 2023. 1. 7. 01:04
금요일이다. 엔간하면 술 마시는 요일. 오늘은 일 년만에 만나는 대학 동기들과 신년회였다. 원래 나 빼곤 다들 술 잘 안 마시는 애들이라 방심했는데, 내가 늦게 도착한 사이 와인 한 병 벌써 시켜놨더라. 이런. 와인잔에 물을 따라 마시며 속으로 이렇게까지 원칙적으로 할 일인가, 적당히 마시는 건 괜찮지 않나 싶은 생각을 계속 했지만, 그 선이 무너지면 어찌 폭삭 무너지는지 잘 아니까 일단 참고 물을 마셨다. 물을 많이 마시면 좋은 점이 많다. 아직 직접 겪은 장점은 없어도 곧 생기겠지. 피부도 좋아지고 속도 좋아지고 기타 등등. 막판에 친구들이 맥주를 시키길래 나도 탄산수 시켰다. 국적은 모르지만 외국물인 산 펠레그리노. 디게 맛없었다. 빨리 다음주가 되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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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소주2023 금주일기 2023. 1. 6. 00:24
며칠 째 똑같은 술병이 식탁 위에 있다. 연말 파티 때 먹고 남은 원소주스피릿. 크리스마스 에디션으로 원소주와 원소주 스피릿 셋트를 구매한 게 놀랍게도 아직 남았다. 한 병은 크리스마스 이브에 열린 소박한 술파티에서 깠는데, 갑자기 코노에 가자는 열풍이 부는 바람에 그 중 한 명이 텀블러에 왕창 담아버렸다. 우여곡절 끝에 찾은(새벽엔 코노가 문을 안 열대?) 코노에서 찔끔찔끔 마시다 옷에 다 흘리고, 남은 건 집에 가져가서 먹었는지 어쨌는지. 남은 한 병은 룸메와 소박하게 새해 이브 저녁에 마셨는데 안주랑 궁합이 별로였는지 1/3쯤 남겼다. 그리고 산책 나갔다가 샴페인 사갖고 들어오는 바람에 뒷전으로… 그 날 이후로 집에서 술을 마신적이 없으니 그 녀석이 아직도 식탁 위에서 날 기다리고 있는 거다. 금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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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처럼2023 금주일기 2023. 1. 4. 22:55
살면서 가장 많이 마신 술을 꼽으라면 한국의 희석식 소주, 그 중에서도 참이슬일 거다. 소주의 도수가 점차 내려가면서 ‘참이슬 빨간 거 주세요’가 입에 붙어버렸거든. 하지만 주변엔 맛이 다르다며 꼭 처음처럼을 고집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날의 분위기마다, 혹은 병 온도나 잔 온도, 같이 먹는 안주에 따라 다르게 느껴질 땐 있었지만, 나에겐 희석식 소주의 맛은 거기서 거기. 오로지 알콜 도수로만 의미가 있었다. 오늘은 회사 동료들과 작년 퇴사한 직원이 만나 함께 저녁을 먹었다. 퇴사 직원이 이직한 곳에서 월급 받았다며 한 턱을 냈는데, 자연스레 2차는 술집으로. 소맥을 말아먹는 사람들 사이에서 나는 소주잔에 물을 채워 홀짝홀짝 마셨다. ‘목 마를 땐 물을 마셔라.‘ 누군가에겐 당연한 말이지만 알콜중독자에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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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따오 논알콜2023 금주일기 2023. 1. 3. 23:44
회사동료들에게 금주 결심을 들려주었고, 100%의 사람들에게 비웃음을 샀다. 받아들이자. 이건 내가 쌓아온 업보다. 그간 얼마나 술 처먹은 얘기를 떠벌렸는가. 많이 먹는다는 자랑 아닌 자랑을 해댔는가. 나조차도 나를 의심하는데, 그들의 의심은 합리적이다. 그래도 소문 낸 덕분에 칭따오 논알콜의 할인특가 정보를 얻었다. 네이버에 쌓아둔 마일리지를 더해 만원 정도에 500ml 24캔을 구매했다. 내일이면 오겠지. 혹시라도 술이 먹고 싶은 마음이 들면, 대체제가 있으니 든든할 듯. 술 먹고 싶은 마음을 참을 때마다 자유적금을 하려고 한다. 떠올렸던 술과 페어링 하려던 안주를 참은 금액만큼. 연말이면 차 살 금액 버는 건 아닐까? (사실상 금주 1일차의 설레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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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원2023 금주일기 2023. 1. 2. 22:06
설원을 처음 마신 건 아마도 2018년. 그 때 다니던 회사 동료와 양꼬치를 먹으러 갔다가 연태고량주 대신 추천 받았던 술이었다. '가성비'가 추천의 핵심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그러면 무얼 하나, 어차피 많이 마시면 가성비고 뭐고 없지. 그러니까 뭐든 적당히가 중요한 거다. 우연히 2022년 마지막날에 노인의학과 교수의 노화방지에 관한 유튜브를 보았고, 그 알고리즘은 그가 술을 끊은 이야기를 하는 다른 영상을 추천해줬고, 그래서 나는 그것을 운명으로 받아들이고 2023년을 금주의 초석을 닦는 한 해로 삼기로 맘을 먹었다. 그러니까, 이 얘기를 월요일 낮부터 술 마시는 사람이 할 건 아닌데, 여하튼 1월 초하루가 지나자마자 대낮부터 마라탕에 설원을 마시는 두 사람이 할 건 아니었는데, 어쩌다보니 우리는 ..